여덟 시간은 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수면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잘못된 믿음을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신념(DBAS: Dysfunctional Beliefs and Attitudes about Sleep)이라 합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에서는 이런 역기능적 신념을 다루는 과정을 인지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 이라 합니다. 못 자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다시 잠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불면증을 만성으로 굳힙니다. 인지재구성은 이 악순환의 출발점인 생각을 다루는 단계입니다.

수면에 대한 잘못된 신념, 불면증을 어떻게 키울까?
여덟 시간은 자야 건강하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실제로 수면이 부족하면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많고, 적정 수면을 7~8시간으로 제시하는 자료도 흔합니다. 대체로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같은 정보를 두고 반응은 갈립니다. 대부분은 그렇구나 하고 넘기지만, 어떤 사람은 여덟 시간을 못 채운 날이면 오늘 하루를 망쳤다는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반응은, 이미 불면으로 힘든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짚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여덟 시간을 강조하는 정보의 상당수는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을 관찰한 것입니다. 그런데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 사람입니다. 처지가 전혀 다릅니다. 의도적으로 잠을 줄인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과,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덟 시간을 반드시 자야 한다는 정보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잠자리에 대한 압박과 불안을 키워 수면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보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그 믿음이 수면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 이것을 역기능적(dysfunctional)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며, 불면증 치료에서도 몇 시간을 자야 하는지보다 현재의 수면 패턴에 얼마나 만족하고 낮 시간 기능이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수면에 대한 잘못된 신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DBAS는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신념과 태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자기보고석 척도입니다. 개인이 수면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합니다. 이 믿음들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수면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인지재구성의 첫 단계는 이 신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DBAS가 다루는 신념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첫째, 수면 시간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입니다.
‘하루를 제대로 보내려면 여덟 시간은 자야 한다’와 같은 믿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둘째, 불면의 결과에 대한 과장입니다.
‘잘 못 잔 다음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잠을 못 자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다’처럼 못 잔 결과를 실제보다 크게 예상하는 믿음입니다. - 셋째, 수면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걱정입니다.
‘오늘 밤 잠들 수 있을지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처럼 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입니다. - 넷째, 약물에 대한 믿음입니다.
‘결국 약 말고는 잠들 방법이 없다’처럼 수면을 특정 수단에만 의존하려는 태도입니다.
이 네 유형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여덟 시간을 자야 한다는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 날을 망칠 거라는 걱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약을 찾게 되는 식입니다.
DBAS는 어떻게 측정하나?
DBAS는 여러 개의 문항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점수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측정합니다. 각 문항의 동의 정도를 척도상에 표시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신념이 강하다고 해석합니다.

중요한 것은 점수 자체보다 그 변화입니다. 치료를 시작할 때 측정한 점수와 치료가 진행된 뒤의 점수를 비교하면, 수면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CBT-I를 마친 뒤에는 이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인지재구성, 설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바뀝니다
이름만 보면 잘못된 믿음을 논리로 반박하고 고치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슬립큐와 같은 CBT-I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여덟 시간을 틀렸다고 설득하는 방식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밤이 되면 다시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인지재구성은 두 단계로 작동합니다. 먼저 DBAS와 같은 도구로 자신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합니다. 막연했던 불안이 구체적인 문장으로 드러나면,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은 행동입니다.
CBT-I에서 신념은 설득이 아닌 경험을 통해 바뀝니다. 잠들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이고(수면제한), 침대를 다시 잠드는 자리로 되돌리는(자극조절) 행동 변화를 먼저 실행합니다. 이 행동 변화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혼자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슬립큐와 같은 디지털 CBT-I는 매일의 수면 기록을 바탕으로 이 과정을 6주 프로그램으로 구조화해, 각 단계를 순서대로 실천하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짧게라도 스스로 잠들었다는 경험이 쌓이면, 잠을 통제할 수 없다는 믿음이나 여덟 시간에 대한 집착이 자연스럽게 옅어집니다. 누군가 그 믿음이 틀렸다고 설득하지 않아도 생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CBT-I는 이름은 인지행동치료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먼저 오고 인지가 뒤따르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정리
- 인지재구성은 CBT-I의 핵심 구성요소로, 수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믿음을 다루는 단계다.
- 이 잘못된 믿음을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신념(DBAS)이라 하며, 표준화된 척도로 측정한다.
- DBAS가 다루는 신념은 비현실적 수면 기대, 불면 결과의 과장, 통제력 상실, 약물 의존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 인지재구성은 설득보다 경험을 통해 신념이 변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 CBT-I는 인지와 행동이 함께 변화하지만, 실제 치료 과정에서는 행동 변화의 경험이 인지 변화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슬립큐(SleepQ)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불면증 디지털 인지행동치료(CBT-I) 솔루션입니다. 매일의 수면 기록을 통해 수면 효율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에 따라 6주간의 개인 맞춤형 수면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본 글은 슬립큐를 개발한 웰트의 최고의학책임자 이유진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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